공범
2022년 1월 24일 월 오후 8:09
그가 말했다. 사랑은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그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묻진 않았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 사랑하는 이의 아픔까지도 정확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 함께 아프고, 함께 화내주고, 함께 웃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누군가가 인류를 사랑한다면 그건 그가 인류를 위해 아파할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가 예술을 사랑한다면 그건 예술이 주는 고통까지도 사랑한다는 말이다. 타자의 경험을 온전히 내 것처럼 느끼는 것, 언어적 이해를 넘어선 무언가. 그게 사랑이 아닐까.
나만이 있는 세계였다. 내가 모든 일의 중심이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이기에. 타인은 내게 인정의 대상이었다. 내가 아니니까. 그녀는 습관처럼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우린 다르지만, 완전히 같을 순 없겠지만…. 나는 그 말을 제법 잘 알아들었다. 내게 외로움과 사랑은 공존하는 감정이었다. 사랑해도 외로웠다. 사람은 다르니까.
다르네. B가 말했다. 그 말이 맞았다. 맞았는데, 맞았었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나는 나를 설명했다. 다르다는 말로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 언젠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면 그땐 바뀔 거라고 그렇게 말했다. 우린 다르지만 또 같을 수 있다고. 공범일 수 있다고. B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희망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B가 이 마음을 이해하길 바랐다. 왜냐면 웃기게도 B의 마음이 내게는 단박에 이해 됐기 때문에. 의도를 파악해 달라는 B의 말에 담긴 마음이 언어로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았는데도 나는 이해 받지 못해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을 같이 느꼈다. 그 뒤로는 내 말투가 더 다정했던 것 같다. B가 슬프지 않길 바랐으니까. 내가 그 마음을 알고 있다고 전해주고 싶었다. B를 좋아해서 B가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은 진심이었고, 좋아한다는 말을 연거푸 하던 나는 이런 마음이었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니 내게서 외롭지 마세요.
집에 들어오니 B가 전화를 해줬다. 미안해요. 그 말 속의 마음이 좋았다. 내가 B를 사랑하게 된다면 B의 이런 모습 때문일 것이다. B가 준 샐러드는 더 미안해하지 않은 게 미안할 정도로 맛있었다. 그 위에 올라간 밥이 난 맛있더라. 보고 싶었다.